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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소울 푸드

편의점 소울 푸드

‘당신은 사료를 먹고 있는가, 식사를 하고 있는가?’. 음식은 입에 넣어서 배를 채운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먹이를 넘어 사랑과 추억을 품고 정신까지 지배하는 것이 음식이다. 같은 김치찌개라도 사 먹는 것과 엄마가 끓여주는 것이 같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 않은가. 음식의 종류나 특별한 재료 사용의 유무보다는 음식과 관련해 당신이 어떤 기억을 품고 있는지, 당신에게 어떤 마음을 불러 일으켰는지가 훨씬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편의점은 추억 쌓기에 적절한 장소다. 편의점에서 찾아본 9명의 9가지 소울 푸드 이야기다.

SK Careers Editor

 

 

# 군대 생각나
참치 크래커
플라스틱 박스를 열면 참치 통조림과 크래커가 단정하게 들어있다. 참치는 크래커에 발라먹기 좋을 정도로 부드럽고 크래커는 씹는 느낌이 나도록 파삭한 게 특징. 점심과 저녁 사이 출출할 때 간식으로 딱 이어서 수업을 듣다가 교수님 몰래 강의실에서 나와 친구와 나눠 먹던 맛을 잊을 수 없다. 혼자 먹기에는 조금 많고, 둘이 먹기에는 부족한 그 모자람이 매력. ‘쥬시X’을 마시면서 복귀할 때의 든든한 기분은 아무도 모를 테다.


# 외로울 때 친구가 되어줄게
초코프레첼 + 바닐라 아이스크림

코딱지였을 적 나는 심심할 때 친구가 필요할 때 색종이로 친구를 만들었지만 이제는 집에 가는 길 편의점에 들러본다. 그런 날은 왜 그리 편의점 전등이 외롭고 쓸쓸하게 느껴지는지. 내 몸에는 미안하지만 간단하고 빠르게 행복하게 만들어줄 짠단 세트를 고른다. 짭짤하고 파삭한 식감이 안주용으로 그만인 프레첼에 초코를 입혀 중독성을 배가 시킨 25편의점에서만 파는 초코프레첼과 컵으로 생긴 향긋한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그 주인공. 집에 가는 길에 적당히 녹은 아이스크림에 초코프레첼을 살짝 부신 뒤 비벼서 먹으면 쓸쓸하고 외로웠던 마음은 저~ 멀리 떠나간다. 아이스크림을 다 먹을 때까지 과자가 눅눅해지지 않는 게 가장 큰 장점!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비벼 먹으면 행복감이 충전된다.


# 사람들이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법
불닭볶음면+스트링치즈+삼각김밥

시간이 지나면 이 조합이 우리 세대를 떠올릴 수 있는 하나의 이야깃거리가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대유행 했다. 어떤 이들은 스트링치즈 대신 슬라이스 치즈를 넣어야 한다는 이들도 있지만 나는 쭉쭉 늘어나는 스트링 치즈를 선택했다. 불닭볶음면을 끓여서 2/3쯤 먹은 뒤 남은 소스에 삼각김밥을 넣고 그 위에 치즈 2개를 찢어 넣어 1분 30초 동안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비벼 먹는다. 어떤 삼각김밥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맛이 좌우가 되는데 개인적으로는 전주 비빔밥과 참치마요를 좋아한다. 전주 비빔밥을 넣으면 닭갈비를 먹고 난 뒤에 볶아주는 밥을 먹는 느낌이 나고, 참치마요는 불닭볶음면으로 쓰린 속을 달래주는 효과가 있다. 혹 불닭볶음면이 너무 매워 먹지 못한다면 편의점 떡볶이로 대체해도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 추억을 삽니다
보름달 빵 + 흰우유

고등학생 때 추억이 서린 음식! 잡지에서 카스텔라에 흰 우유를 부어 먹으면 맛있다고 적혀 있어 다음날 학교 가는 편의점에 들렀는데 카스텔라가 없어 대신 선택한 보름달 빵. 그 날 이후 등굣길 내 손에서 보름달 빵과 흰 우유가 떠나지 않았다. 폭신폭신한 보름달 빵이 우유를 쫙쫙 머금도록 흰 우유를 싹~ 싹~ 뿌려서 숟가락으로 푹 떠서 먹으면 달콤, 촉촉함이 입안 가득 퍼진다.


# 많이 안 달쥬~?
다이제 + 초코우유
단맛폭발! 기분이 꿀꿀할 때 이유 없이 헛헛할 때 먹으면 머리 끝까지 단 맛이 올라가서 머리가 팽글팽글 돌아간다. 학교 편의점에 다이제를 봉지로 파는데, 한 봉지에 초코 우유 하나면 딱이다. 퍽퍽했다가 촉촉했다가 입안에서 단 맛이 춤을 추면서 온갖 근심과 걱정은 저 멀리 사라진다. 오전 수업 이후 점심 먹기 전에 하나 먹으면 그만!


# 노른자의 혁명!
감동란

이름처럼 달걀 주제에 감동의 맛을 보여준다. 감동란의 맛에 감동한 이들이 무수한 짝퉁들을 생산했지만 원조의 맛을 따라갈 수가 없다. 달걀을 먹고 싶어서 감동란을 찾는 경우도 있겠지만 나의 경우는 바빠서 식사를 거를 때, 혼자 밥 먹기 싫은데 먹어야 할 때 한 개씩 까먹기 좋아서 자주 사 먹었다. 맛은 있는데 가끔은 눈물의 달걀처럼 느껴지기도 해서 방학 때는 자주 사 먹지 않게 된다.


# 화끈후끈
불닭볶음면 + C땡 불짜장 + C땡 크림가득빅슈

스트레스를 단맛으로는 해결하지 못하는 경지에 올랐을 때 맛있는 ‘매운 맛’을 추천한다. 불닭볶음면만 단독으로 먹기 어렵다면 불짜장과 섞어 매콤한 사천짜장 느낌을 낸다. 라면을 둘 다 끓여 한 곳에 섞기만 하면 땡! 쓰린 속을 달랠 겸 불 난 혓바닥을 위해 반드시 크림가득빅슈를 미리 얼려놓을 것. 슈 안에 가득 들어찬 크림은 편의점 음식의 고급화를 온 몸으로 느낄 수 있게 하는 반증이므로 잠시 감상의 시간을 갖고 맛있게 먹어준다.


# 디저트 갑
25 망고 빙수 + 냉동 망고스틱 + 더 치즈바

비싼 망고 빙수를 저렴하게 즐기고 싶다면 25편의점을 찾아간다. 1개의 빙수와 2개의 아이스크림을 구입한다. 다른 편의점 음식에 비해 금액이 높긴 하지만 3개의 앙상블을 맛보게 되면 그런 말은 쏙 하고 들어갈 테다. 먼저 꽁꽁 언 망고 빙수를 살짝 녹여서 그릇에 퍼 준 뒤 깍둑썰기한 아이스크림을 위에 얹어 준다. 어느 한 블로거는 이를 두고 온갖 마음 속의 미움까지도 사르르 녹일 수 있는 맛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는데 빙수 전문점에 버금가는 망고 빙수의 고급진 맛을 느낄 수 있다.


# 든든 영양식
비요뜨 + 25 매일 선식

하루 종일 움직이는 강행군, 어디를 가든 스트레스 거리들이 넘쳐나는 이 세상에서 나를 지키기란 쉽지 않다. 손만 뻗으면 쉽게 스트레스를 풀어줄 입에 단 음식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서도 굳세게 자신을 지키며 살아가는 누군가가 있다면 든든한 한 끼가 되어줄 요거트를 소개한다. 비요뜨는 항상 내용물이 적은 느낌이 드는데 여기에 아몬드, 캐슈넛, 호두, 약콩, 현미 등이 들어간 매일 선식을 섞어 먹으면 씹는 맛도 풍성하고 포만감도 그 전에 비해 더 크다. 건강도 지키고 몸매도 지키고 기분까지 좋아지는 편의점 조합이다.



나래’s Tip  

먹는 것이 몸을 지배한다는 말을 새삼스럽게 깨닫는 요즘입니다. 당연히 매일 몸 속으로 들어가는 음식인데 몸과 관련이 없을 거라는 짧은 생각에 부끄러운 마음도 듭니다. 여름이라서, 살을 빼야 해서 음식을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을 위해, 나의 영혼을 위해서 음식을 먹는다고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오늘 뭐 먹을까요?